[기고] 4월 봄철은 참데일리벳 포럼 약충 활발해져..매개 병원체 조심해야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성식 교수
한국의 4월은 아름다운 봄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책을 하는 반려동물과 보호자들로서는 참진드기의 출현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의 시작이기도 하다.
봄철인 4월과 5월은 참데일리벳 포럼의 발육단계 중 사람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발육단계인 약충(nymph)이 많아진다. 이 발육단계는 가을철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유충(larva)들이 동물에 부착하여 흡혈한 뒤, 땅에 떨어져 탈피한 것들이다.
이들은 수풀이나 돌 틈 속에서 겨울을 난 후, 봄이 되면서 야생동물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맞추어 풀 끝으로 올라와 지나가는 동물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긴 앞다리로 동물에 부착하여 흡혈을 시작한다.

국내 참데일리벳 포럼의 계절적 분포 패턴
봄철에 참진드기 약충이 활발하게 흡혈 활동을 한다는 사실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이향심연구관, 과장 김재명)가 2021년부터 경북대 수의대 곽동미교수, 전남대 수의대 신성식 교수, 그리고 충북대 수의대 이승헌 교수에게 의뢰하여 조사해 오고 있는 국내 참진드기 국가 모니터링 사업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기생충 및 매개질병 관련 저명한 저널인 [Parasites & Vectors]의 올해 2월호에도 게재됐다.
2021-2022년도에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 참진드기 중 봄철인 4월부터 6월까지는 약충 단계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유충은 6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0월까지도 여전히 많이 분포한다.

봄철부터 여름철까지 비록 숫자는 적지만 성충 암컷들에 의해 산란된 충란에서 부화한 유충들은 6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가을철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들 유충은 동물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체표에 달라붙어 2-3일에 걸쳐 흡혈을 완료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겨울에 날씨가 추워졌다고 해서 참데일리벳 포럼 유충들은 죽지 않는다. 대신 수풀 속 같은 곳에서 탈피하여 약충(nymph)으로 발육한 후 겨울을 보낸다. 그러다 이듬해 2, 3월부터 다시 흡혈 활동에 나선다.
약충들은 봄철이 되어 활동이 활발해진 야생동물들이 지나갈 때 달라붙는다. 3-5일간 흡혈한 뒤 다시 땅에 떨어져 탈피하여 성충으로 발육한다.
그러므로 봄철이 시작되는 4월부터 초여름까지는 참진드기 약충들에 노출되지 않도록 산책·등산 등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반려동물에 예방약제를 투약해 주고, 예방약제를 투약하지 않은 반려동물들은 가능하면 잔디나 수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등 조심해야 한다.
약충들은 유충 단계에서 흡혈한 야생동물들에 감염되어 있던 각종 세균, 바이러스, 원충 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이들이 흡혈할 때 숙주 체내로 타액과 함께 주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참데일리벳 포럼가 왜 많아졌는가?
참데일리벳 포럼가 우리나라에 많아지게 된 계기는 국토의 산림이 울창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되어 있고, 관목과 수풀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가정용 난방연료로서 산에서 채집한 마른 솔잎이나 목재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산림이 전국적으로 황폐해져 있었다.
다행히도 정부가 1967년부터 1987년까지 ‘치산녹화사업’이라는 대규모 국가 조림정책을 실시하면서 황폐된 산지가 복구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가정용 연료재가 목재에서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로 대체되면서 산림이 벗겨져 흙이 드러나는 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이나 산촌에서 살던 인구가 도시로 많이 이주하다 보니 국토의 숲들이 더욱 울창해지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숲이 우거지면 숲 속에 사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야산과 숲은 멧돼지와 고라니, 그리고 산양을 포함하여 토끼와 들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2016년 환경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 서식 야생 포유류 종류는 125종이다. 포유류를 포함한 척추동물은 1,936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게 숲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많아짐에 따라 야생동물의 체표에 붙어 흡혈을 하는 참진드기의 개체수도 함께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복측에 역방향으로 무수히 많은 돌기들이 나 있어서 체표에 주둥이를 한 번 찔러 넣으면 흡혈이 끝날 때까지 잘 빠지지 않게 되어 있다.
참데일리벳 포럼의 발육단계 및 생활사
참데일리벳 포럼는 알, 유충, 약충, 성충의 발육단계를 거친다. 이 중에서 알을 제외한 세 가지 발육단계는 모두 동물에 달라붙어 흡혈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작지만 진정한 흡혈귀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크기가 0.5mm로 매우 작은 유충 단계부터도 흡혈을 해야 생존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주둥이 구조가 혈액 이외에 다른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람의 눈에 가장 잘 띄는 발육단계는 성충이다. 특히 흡혈을 마친 성충 암컷은 크기가 1cm 정도까지 커져서 동물 체표에서도 잘 보인다.

참데일리벳 포럼는 동물의 체표에 계속 달라붙어 있지 않는다. 흡혈을 마치면 체표에서 주둥이를 빼내고 땅으로 떨어져 돌 틈이나 풀 속에서 탈피를 하여 다음 단계로 발육한다.
참데일리벳 포럼가 흡혈하기 위해 체표에 머무는 시간은 유충은 2-3일, 약충은 3-5일, 성충은 5-10일 정도이다.
암·수 구별없이 모든 발육단계가 흡혈을 하지만, 성충 암컷은 알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혈액을 흡혈한다. 흡혈 전에 비하여 부피가 10배 이상 커질 정도다.
성충 암컷은 흡혈이 끝나면 땅에 떨어져 수풀 속 등 안전하고 습기가 적당한 곳을 찾아 며칠에 걸쳐 수천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성충 암컷을 제외한 다른 발육단계 및 성충 수컷은 탈피하고 동물을 찾아 흡혈할 때까지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흡혈하며, 성충 암컷처럼 엄청난 양을 흡혈하지는 않는다.

참데일리벳 포럼 성충 암컷은 동물의 체표에 달라붙어 흡혈한 후 땅에 떨어져 수풀 속에서 한 번에 수천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한 군데에서 산란하는 참데일리벳 포럼류의 특성상 유충들은 성충이 산란한 곳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많이 분포하는 참데일리벳 포럼의 종류
참데일리벳 포럼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종이 분포하며,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33종 이상의 참데일리벳 포럼가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종은 우점종인 작은소참데일리벳 포럼(Haemaphysalis longicornis)를 포함하여 개피참데일리벳 포럼(Haemaphysalis flava), 일본참데일리벳 포럼(Ixodes nipponensis), 뭉뚝참데일리벳 포럼(Amblyomma testudinarium) 등 4종류가 있고, 그 중에서도 작은소참데일리벳 포럼가 국내에 압도적으로 많이 분포한다.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의 개에 많이 기생하는 Rhipicephalus sanguineus나 미국 등 외국에 많은 Dermacentor속의 참데일리벳 포럼들, Ixodes 속 중에서도 Ixodes ricinus, Ixodes scapularis 등과 같은 참데일리벳 포럼들은 국내에서 자연 서식하지 않는다.





뭉뚝참데일리벳 포럼는 다른 세 종류의 참데일리벳 포럼와 비교할 때 크기가 엄청 차이가 난다.
참고로, 일반인들은 참데일리벳 포럼를 그냥 데일리벳 포럼로 많이 표현하지만 데일리벳 포럼 종류는 참데일리벳 포럼 외에도 옴데일리벳 포럼, 귀데일리벳 포럼, 모낭데일리벳 포럼, 털데일리벳 포럼, 물렁데일리벳 포럼 등 종류가 매우 많고 다양하다.
사람이나 동물의 체표에 달라붙어서 흡혈을 하는 Ixodidae 과의 tick로 부르는 데일리벳 포럼들은 참데일리벳 포럼라고 한다.
참진드기 중에서도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 지역마다 조금씩 분포도가 다르긴 하지만, 국내 야생 숲과 수풀에 서식하는 참진드기의 85-95% 이상을 차지하는 우점종이다. 주로 가축과 야생동물에 달라붙어 흡혈하지만 사람에도 달라붙어 흡혈한다.
참데일리벳 포럼류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흡혈 대상 동물종이 있다. 예를 들어 작은소참데일리벳 포럼는 우리말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본래가 소나 고라니 같은 반추동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참데일리벳 포럼류들은 숙주특이성이 비교적 낮은 절지동물이기도 하다. 주변에 자신이 선호하는 동물이 없으면 지나가는 아무 동물에나 부착하여 흡혈한다.
파리나 모기처럼 날개가 없고, 벼룩처럼 뛰지 못한다. 오로지 기어 다니거나 풀 끝에서 기다리다가 동물이 지나가면 긴 앞발로 낚아채어 달라붙어 털 속이나 옷 속으로 들어가 안전한 곳에 자리잡고 주둥이를 피부에 찔러 며칠에 걸쳐 흡혈한다.
참데일리벳 포럼가 매개하는 질병의 종류 및 전파 방법
참데일리벳 포럼는 사람과 동물에 달라붙어 흡혈할 뿐만 아니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원충 등 다양한 병원체를 매개한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병원체로는 사람에서 중증혈소판감소증후군을 일으키는 STFS 바이러스와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속 세균이 있다.
반려견에서는 치명적인 원충성 질병을 일으키는 바베시아(Babesia gibsoni) 감염증이 있으며, 고양이에는 바베시아와 비슷한 적혈구 내 원충인 Cytauxzoon felis가 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에는 바베시아 및 타일레리아 감염증이 대표적으로 병원성이 큰 병원체이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고열을 수반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인 아나플라스마(Anaplasma spp.), 에를리히아(Ehrlichia spp.)를 포함하여 다양한 병원체를 타액을 통하여 전파시킨다.
참데일리벳 포럼는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 동물과는 달리 ‘구강’이라는 구조가 없다. 그래서 참데일리벳 포럼의 음식물인 동물의 혈액을 섭취할 때 체표를 찔러 흡혈하게 되면 혈액은 참데일리벳 포럼의 식도를 통과하여 장으로 곧장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혈액이 장으로 들어가 응고되어 버리는 등 소화불량이 생기기 때문에 참데일리벳 포럼는 숙주 체표에 주둥이를 찔러 넣을 때 타액을 숙주의 체표 내 조직으로 주입하여 찢어진 모세혈관 등에서 나온 혈액과 함께 섞어 죽상으로 만든 후, 비로소 흡입하여 장으로 내려 보낸다.
즉, 구강이 없는 대신 숙주의 체표조직 내부를 구강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이 한 쌍의 협각은 바깥쪽으로 벌리면서 앞뒤로 활발하게 신축을 하기 때문에 모세혈관이 닿으면 찢어져 출혈이 생기게 되어 있다.
이 협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유튜브 영상(https://youtu.be/XUuIBER2f0s)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참데일리벳 포럼가 매개하는 병원체들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감염된 동물로부터 참데일리벳 포럼를 경유하여 다른 동물로 옮겨 간다.
먼저 감염된 동물로부터 혈액과 함께 참데일리벳 포럼의 소화기계로 들어온 병원체들은 참데일리벳 포럼의 체내에서 증식한 후 타액선으로 이행하여 모여 있다. 그러다 참데일리벳 포럼가 다음 동물에 부착하여 흡혈하기 위해 체표로 주둥이를 찔러 넣고 타액을 주입할 때 병원체들도 그 타액에 섞여 들어간다. 그렇게 다음 동물로 감염되는 것이다.
이 병원체들은 한 숙주에만 머물러 있으면 해당 숙주가 병원체 감염으로 인해 죽어버리거나 다른 동물에 잡아 먹혀버릴 경우 자신들의 삶도 끝나버릴 수 있다.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다른 동물로 옮겨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국내에 서식하는 참진드기들은 1년 내내 야외, 특히 수풀과 산림지역에서 서식한다. 동물에 붙어 흡혈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특성상 들쥐, 토끼,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곳은 어디나 참진드기가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에 참진드기들이 많이 서식하는 이유다.
참데일리벳 포럼들은 동물에 달라붙어 흡혈해야만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풀끝 등에서 동물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끝에 갈고리가 달린 긴 발로 동물 체표나 털을 붙잡아 달라붙어 흡혈한다.

참진드기로부터 반려동물을 보호하려면
참진드기 및 참진드기 매개성 병원체들로부터 반려동물을 보호하려면, 매우 뛰어난 참진드기 예방용 약제들을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하면 된다. 동물병원 수의사의 안내를 받으면 안전하게 반려동물을 지킬 수 있다.
반려동물을 참진드기 및 참진드기 매개성 병원체들로부터 보호하는데 사용하는 예방약제들 중에서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어 예방약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성분으로 isooxazoline 유도체들이 있다.
이 유도체들 중에서 afoxolaner, fluralaner, sarolaner, lotilaner 등이 반려견 용으로, esafoxolaner가 고양이용으로 개발되어 있다.
이들 약제들은 벼룩과 참데일리벳 포럼 등 절지동물의 신경조직 전달 채널인 GABA 및 glutamate-gated chloride chanel을 효과적으로 억압함으로써 절지동물을 사멸시킨다. 참데일리벳 포럼 예방약제의 종류와 특성은 다음 기고문에서 소개하겠다.